[신간] 해외 한인들 이야기 담은 에세이집 ‘나성에 가면’ 출간

[고카넷, 글=남태화 기자] 도서출판 컬처플러스(대표 강민철)가 해외 한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나성에 가면’을 출간했다.

‘나성에 가면’은 30년 경력의 외교관이자 최근 LA 총영사를 지낸 저자가 외교 현장을 발로 뛰며 접하게 된 ‘한국 밖의 한국’ 이야기다.

도산 안창호의 가족 이야기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해외 임시정부 역할을 했던 대한인국민회, 그리고 한인들의 남모를 정체성에 대한 고뇌,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영사 업무와 자국민 보호 등에 관한 이야기가 담담한 어조로 담겨 있다.

책 제목에 나오는 나성(羅城)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도시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의 음역어로 100 년 전부터 한인들이 이민을 갔던 대표적인 도시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첫 해외이민이 시작된 지 110여 년이 흐른 지금 LA에는 현재 80만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으며, 미 본토 최초의 한인타운인 파차파 캠프도 이곳 LA와 가까운 리버사이드에 있었다.

현재 LA를 포함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은 250만 명이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인은 750만 명에 달한다.

저자는 LA판 국립현충원이라 할 수 있는 로즈데일 공원묘지, 현재 남가주대학 한국학 센터로 사용되고 있는 도산 안창호 선생 가족이 생활했던 가옥, 항일 비행학교 사적지 등을 방문하며 느꼈던 한인들의 피땀과 애환을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도산 안창호에 대해 많은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한다. 오렌지 농장에서 마른 모습으로 작업복 차림에 바구니를 들고 있는 사진 속 도산 안창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신사복 차림의 도산과는 아주 다른 모습으로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애국하는 마음으로 따라”라는 그의 말이 실감나게 한다.

아흔이 넘은 도산의 막내 아들 랠프 안을 미 현지에서 만나기도 했던 저자는 “랠프 안은 아버지 도산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도산의 유지를 받들어 정직하고 근면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멋진 노신사”라고 평하기도 한다.

또한, 친일파 외교 고문 스티븐스를 처단해 미주 독립운동의 횃불을 드높인 장인환·전명운 의사, 3·1 운동 직후 캘리포니아 중부 윌로우스에 항일비행사 훈련학교를 세우고 임시정부 군무총장을 역임한 노백린 장군, 헤이그 평화회의 대표단 통역을 맡은 송헌주 선생, 김구의 ‘백범일지’에도 나오는 임천택 선생을 비롯 해외에서 “독립은 아니보리”라는 각오로 구국활동을 벌였던 독립투사와 선조들을 소개한다.

이외에도 6.25 전쟁에 참전했던 일본계 미군 참전자 로버트 와다 씨와, 대한민국에서 살다 길거리에서 징집되어 국군으로 전쟁터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화교 이수해 씨가 각각 고령의 나이가 되어 ‘평화의 사도’ 메달을 거는 감격스러운 장면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저자는 되뇌인다.

저자가 2012년 싱가포르 근무 시 소말리아 해적들에 납치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이 풀려나도록 현지 선사를 통해 석방 협상을 지원해 우리나라 선원 4명 모두가 피랍 582일 만에 가족들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는 데 가교 역할을 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악몽 같았던 LA 폭동, 미국 시민권을 받지 못한 한인 입양인이 1만8000명, 현지 랭카스터 교도소에 수감된 한인들, 길거리에서 고통받는 한인 노숙자 등 메트로 폴리탄 너머의 어두운 구석도 헤집으며 동포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얘기한다.

또한,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영사법을 통해 구체적인 영사 조력 범위와 책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면 재외국민보호 외교 체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 해외동포들이 경제적 빈곤, 신분제의 속박, 잦은 외세 침략 등과 같은 고통스러운 역사의 쇠사슬을 끊고 글로벌 한인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섰다”며, “더 이상 해외동포를 각자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방임의 대상으로 여겨서는 안 되고 750만 해외동포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공통분모로서 세계 어디에 살든지 품격 있고 보다 인간다운 삶의 주인공이 되도록 이제 모국이 손을 내밀 때가 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2003년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건물 복원공사 중에 발견된 유물로 지난해 독립기념관이 광복 75주년 기념 특별전을 통해 국민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던 태극기·대한독립선언서·독립의연금 영수증 등의 사진 일부를 부록으로 실어 독자들이 안방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LA 총영사였던 외교부 김완중 기획조정실장으로 외교부 본부 근무를 시작으로 일본·미얀마·뉴욕에서 영사로, 페루·싱가포르에서 참사관 겸 총영사로 근무했고, 2010년 페루 근무 시에는 KBS 인간극장 ‘완중 씨의 페루 외교일지’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저자는 2017년 12월 27일부터 2020년 5월 14일까지 2년여 동안 LA 총영사로 일하며 틈틈이 기록한 외교 일지를 토대로 에세이를 썼다.

특히, 외교 현장에서 목격한 왜곡된 현실과 영사로서의 절실한 고민이 그 자리에서 순간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수기를 통해 질곡진 우리 역사 속에서 오늘을 숨 쉬며 내일을 열어가는 80만 LA 동포를 비롯한 750만 해외 한인의 마음을 전하고, 영사의 입장에서 바라본 한계국가의 절실한 고민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컬처플러스

남태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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