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스포츠/튜닝

[기획] ‘자동차 테마파크’의 상실… 모터스포츠 등한시하는 인제스피디움의 위험한 외도

[고카넷, 글=남태화 기자] 국내 최초의 자동차 테마파크이자 모터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는 강원도 인제군 소재 인제스피디움(대표이사 이정민)이 본연의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호텔, 콘도 등 리조트 사업과 서킷 운영을 하나로 통합한 ‘총괄 대표이사’로 이정민 대표가 취임한 지 약 1년이 지났다.

이 대표는 취임 당시 “서킷만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숙박과 연계한 ‘체류형 복합 문화공간’으로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최근에는 격투기 대회를 서킷으로 유치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가족 단위 관광객을 모으며 ‘연간 방문객 50만 명 시대’라는 외형적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모터스포츠 업계와 레이싱 팬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과 대중화라는 명분 아래 모터스포츠의 근간인 ‘서킷 안전’과 ‘운영 전문성’이 철저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 = SNS 영상 캡처] 스포츠 주행 세션 중 시속 200km가 넘어가는 고속 주행이 가능한 메인 스트리트에서 특정 동호회 회원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위험한 그룹 주행을 연출하고 있다. 후미에서 달려오는 일반 스포츠 주행 참가자들은 이 상황에 긴급하게 브레이킹을 통해 속도를 줄여 다행히 사고를 피했다고 한다.
최근 인제스피디움 서킷 내 스포츠 주행 세션에서 발생한 ‘특정 자동차 동호회의 막가파식 그룹 주행’ 논란이 대표적이다.

SNS 촬영에 집착한 동호회 차량들이 고속 레이싱 트랙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대열 저속 주행을 감행하는 동안, 인제스피디움 측의 통제 시스템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정해진 비용을 지불하고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 주행을 즐기던 일반 드라이버들은 시속 150km 이상으로 고속 코너를 탈출하자마자 눈앞에 나타난 ‘저속 대열’을 피하기 위해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연쇄 추돌이라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 방치된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서킷 운영사의 안전 불감증과 관리 부실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인제스피디움의 운영 미숙과 안전 소홀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와 함께 야심차게 추진했던 유소년 꿈나무를 위한 카트 대회 ‘KARA 카팅 코리아 챔피언십’ 역시 졸속 행정과 안전 대책 부실로 업계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대회가 치러진 곳이 정식 카트 경기장이 아닌 허술한 ‘상설 주차장 부지’였던 셈인데, 안전 구조물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실행도 없이 대회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심지어 안전 문제를 우려한 지자체(인제군)가 후원사에서 발을 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긴 채 공신력 있는 대회인 것처럼 홍보해 모터스포츠 꿈나무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탁상행정’이라는 오명을 썼다.

수익 다변화를 꾀한다며 ‘호텔·리조트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자신했던 이 대표의 경영 성적표 역시 실속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3월, 인제스피디움 호텔은 유효기간 만료 전 재인증 신청을 하지 못해 ‘4성급 등급’을 박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만료 150일 전부터 가능한 재심사 절차조차 챙기지 못해 기존 등급이 자동 해제된 것이다.

모터스포츠를 제쳐두고 레저·관광 사업에 올인하다시피 했음에도, 정작 호텔 운영의 가장 기본적 행정 프로세스마저 무너져 내린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모터스포츠는 본래 더 정교하고 안전한 한계를 시험하는 도전의 문화다. 서킷이 비어있는 날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기획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主)와 부(副)가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굉음을 내며 달리는 레이싱 카들의 열정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서킷은 그저 넒은 아스팔트 주차장에 불과하다.

이정민 대표 체제의 인제스피디움이 지금처럼 모터스포츠를 ‘돈 안 되는 찬밥 신세’로 취급하고 겉포장에만 치중한다면, 결국 레이서들과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는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것이다.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모터스포츠 전문 베뉴(Venue)로서의 ‘기초의 정상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사진제공 =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남태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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