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정은 고무줄인가? ‘현대 N 페스티벌’ 실격 번복 사태가 남긴 오점
[고카넷, 글=남태화 기자] 국내 모터스포츠 현장에서 또 한 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촌극’이 벌어졌다. 경기 당일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할 기술 규정이 하룻밤 사이에 뒤바뀌고, 이로 인해 대규모 실격 처리를 받았던 이들이 구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월 대단원의 막을 올린 ‘2026 현대 N 페스티벌’ 개막전 금호 N1 클래스 레이스1은 한국 모터스포츠의 현주소와 고질적인 행정 부실을 고스란히 노출한 무대였다.
사건의 발단은 레이스1 종료 후 진행된 기술검차였다. 조직위원회는 기술 규정 위반을 이유로 무더기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규정집에 명시된 기준을 위반했으니 ‘실격’이라는 판정은 지극히 당연하고 공정한 절차처럼 보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공식 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 아침에 터졌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각 팀 감독들이 모여 진행한 회의 이후, 전날의 기술 규정 위반 사항이 통째로 ‘철회’되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사단법인 대한자동차경주협회(KARA)의 공인을 받아 개최되는 권위 있는 대회에서 이미 내려진 기술검차 결과와 규정 적용이 사전 공지도 없었던 상황에서 번복되는 일은 모터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오죽하면 현장과 업계 안팎에서 “원칙을 지킨 사람만 바보가 되는 구조”라는 날 선 비판이 쏟아졌겠는가.
해당 사항과 관련해 대회 조직위원회는 5월 10일 공식 공지문을 발표했다. 조직위 측은 공지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금호 N1 레이스1 기술검차 결과와 관련하여 대회 조직위원회 검토 및 감독회의 진행 결과 해당 사항에 대한 적용 및 운영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였으며, 관련 내용을 심사위원회에 전달하여 공식 결과 수정 요청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며, “운영 과정에서 결과 전달 및 적용에 혼선을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 사과문 어디에도 왜 규정 적용 기준이 갑자기 바뀌어야만 했는지, 어떤 역학관계 속에서 실격 처리가 철회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은 없다.
그저 ‘종합적 검토’와 ‘운영상의 혼선’이라는 모호한 단어 뒤에 숨어 성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미봉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모터스포츠는 규칙의 스포츠다.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참가자들이 기술 규정을 칼같이 준수하는 이유는 그것이 서로 간의 유일한 ‘신뢰’이자 ‘약속’이기 때문이다.
만약 규정을 위반한 차량이 ‘참가자 간의 목소리 높이기’나 ‘감독회의’라는 임의의 절차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면, 앞으로 그 어떤 팀과 드라이버가 밤을 새워가며 규정의 한계선 안에서 차량을 세팅하겠는가.
밤낮없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땀 흘린 이들의 노력은 이번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규정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하는 아마추어식 행정은 결국 대회 자체의 권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국내 모터스포츠 전체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독이 될 뿐이다.
향후 현대 N 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공언한 ‘명확한 운영’이 단순히 말뿐인 수사에 그치지 않기를, 그리고 원칙을 지키는 레이서들이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업계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사진제공 = 한국모터스포츠기자협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