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2026 굿우드 페스티벌을 뒤흔든 슈퍼스포츠 핌카나 ‘최고의 한 컷’
[고카넷, 글=남태화 기자] 매년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는 행사의 정수를 정의하는 강렬한 명장면들을 남긴다. 그리고 2026년 올해, 축제를 가장 완벽하게 대변할 단 하나의 순간이 포착됐다.
굿우드 페스티벌의 출발선에 선 ‘슈퍼스포츠 핌카나’가 후륜을 거세게 회전시키며 공중으로 거대한 백색 타이어 연기를 뿜어냈다. 특히, 차량의 후미가 좁은 드라이브웨이 바깥쪽을 향해 미끄러지는 순간에도 전륜은 정확히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666마력의 강력한 출력과 후륜 구동, 그리고 모든 전자식 주행 보조 장치를 완전히 차단한 채 전문 드라이버 폴 리스(Paul Rees)가 온전히 몰입해 만들어 낸 극적인 찰나였다.
이 드라마틱한 순간은 약 250m 떨어진 곳에서 굿우드 최고의 명당을 확보하고 있던 자동차 전문 사진작가 마크 파겔슨(Mark Fagelson)의 렌즈를 통해 영원으로 기록됐다.
찰나의 기회를 잡기 위해 두 전문가가 각자의 영역에서 발휘한 경험과 직관, 그리고 철저한 준비가 만들어 낸 완벽한 합작품이었다.
굿우드에서 10년 동안 벤틀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온 파겔슨에게도 이번 촬영은 쉬운 도전이 아니었다. 첫 번째 코너 외곽에 위치한 출발선 촬영 구역은 세계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들로 늘 인산인해를 이루기 때문이다.
파겔슨은 팔 길이만 한 400mm 고해상도 렌즈와 초당 20프레임 촬영이 가능한 최첨단 카메라를 준비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사진의 절반은 사전 준비에서 나온다”며, “적절한 장비를 가지고 제시간에 최고의 자리를 선점한 후에는 오직 드라이버의 역량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운전대를 잡은 리스는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정밀 스턴트 드라이버이며, 트래비스 파스트라나(Travis Pastrana)의 스펙타클 액션 필름 ‘슈퍼스포츠: 풀 센드(Supersports: FULL SEND)’에 등장한 핌카나 수퍼스포츠 개발에 직접 참여한 인물이다.
이번 굿우드에서 영국 다이내믹 데뷔를 장식한 그는 두 가지 상반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타임 트라이얼에서는 미끄러짐 없이 가장 빠르고 정교하게 달리는 반면, 데모 주행에서는 화려하게 후미를 흘리는 ‘풀 센드’ 모드로 관람객을 사로잡는 것이다.
특히 이 차량은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조작할 수 있도록 특수 개조되어 출발선에서 전진 속도를 제어하면서도 후륜을 계속해서 공전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리스가 출발선에서 타이어를 태우기 시작하자 파겔슨의 셔터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파겔슨은 “폴은 출발선에서 타이어를 불태웠고, 그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드라이버는 그 좁은 곳에서 그토록 과감한 각도로 차를 미끄러뜨릴 용기를 내지 못하지만, 그는 해냈다”고 당시의 경이로운 순간을 회상했다.
화려한 연기 속에서 수퍼스포츠를 자유자재로 춤추게 한 리스의 스킬 덕분에 파겔슨은 지난 10년간 굿우드에서 촬영한 모든 사진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최고의 컷을 건질 수 있었다.
리스 역시 관람객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굿우드 언덕을 멋진 드리프트로 주행한 후 정상에서 화려한 쇼맨십으로 주행을 마무리했다.
이후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슈퍼스포츠 핌카나의 추가 주행이 이어졌으나, 차량의 진입 각도와 연기의 양, 그리고 타이밍이 이토록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순간은 단 한 번뿐이었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사진작가 파겔슨은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단 한 번뿐인 기회 앞에서는 압박감을 느낀다”면서도,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내 생애 최고의 굿우드 컷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드라이버 리스 또한 “실패하면 세계 자동차 업계와 동료들 앞에서 순식간에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완벽하게 성공해 냈을 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026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리스와 파겔슨은 모두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한 사람은 도로 위에서 완벽한 순간을 창조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순간을 영원히 머물게 만들었다.
사진제공 = 벤틀리 모터스




